팬데믹 이후 선교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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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선교의 방향
  • 김종훈
  • 승인 2020.12.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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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팬데믹 현황
세계 팬데믹 현황

대유행병(pandemic)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대유행병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의학의 발전으로 중세의 흑사병과는 전혀 다르다. 

현대를 사는 크리스천들은 이 대유행병이 하나님의 형벌이 아닌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이고, 피조물로서 창조자의 행세를 하고자 했던 인류의 죄성의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다만 모든 역사적 사건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볼 때, 대유행병이 교회에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는지 살펴보고, 대유행병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로 선교적인 측면의 다양한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선교사 파송지였던 한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선교사 파송국이 되어 활발한 기독교 선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 각지로 파송된 선교사들은 그곳의 문화를 습득하고 언어를 배워 복음의 현지화를 위해 노력했다. 선교사들이 파송된 선교지마다 학교와 병원, 교회와 선교 센터가 세워졌으며, 선교사를 중심으로 한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어 공동체를 통한 선교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모든 선교 활동은 대면 접촉을 통한 관계 형성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렇게 선교는 관계였고, 관계 형성의 중심에는 살을 부대끼며 삶을 나누는 대면 접촉 방식이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유행병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오던 대면 접촉을 통한 관계 형성 중심의 선교는 멈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과연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다시 전통적 대면 접촉 방식의 선교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에, 2003~2007년까지 필리핀 바탕가스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지금은  KUMC 소속의 김유진 목사는 변화된 사회에서 선교를 이어가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21개국의 아시가 기도네트워크 소속의 선교사들이 26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모여 선교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 국민일보
21개국의 아시가 기도네트워크 소속의 선교사들이 26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서 모여 선교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출처] - 국민일보

 

첫째, 거점 선교(One Point Mission) 방식과 현지인 주도 선교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선교지에 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다 보니, 선교사들이 현지인화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인류가 직면한 비대면 사회라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는 선교사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전통적 선교 방법 대신, 거점 방문을 통해 꼭 필요한 대면 접촉만을 하는 거점 선교 방식이 선교의 다양성과 집중성을 제공할 수 있다.

탈대면 혹은 비대면 문화 속에서의 거점 선교는 뚜렷한 필요성과 목표를 필요로 하며, 다양하고 필요한 인적 자원을 단기간에 극대화시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선교 프로젝트는 현지인 선교사들에게 이양해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는 온라인 연결을 통해 정기적으로 현지인 선교사를 만나 필요한 영적, 물적, 신학적 자료를 비대면 방식으로 제공하고, 다른 나라 선교사의 주도가 아닌 현지인 선교사의 주도로 복음의 토착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대사명(Great Commission)에 대한 해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대면 사회의 문화 속에서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라고 하신 주님의 대사명을 “가서 그곳에 살면서 양육하라.”로 해석해왔고, “그곳에서 뼈를 묻으리라.”라는 사명감이 바람직한 선교사의 자세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으로 선교사의 최종 목표는 “나를 현지에서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외국인 선교사가 없어도 복음이 자생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복음의 토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의 선교적 대사명은 그곳에 살며 뼈를 묻는 것이 아닌, 이미 선교지에 사는 제자화된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이웃을 제자 삼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서 만나 세례를 베풀고, 가르쳐 지키게 했던 대사명을 이제는 현지인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에 집중함으로 선교지에 영적인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 마치 사도들이 일곱 명의 헬라파 유대인 지도자들에게 사역을 넘겨주었던 것처럼 말이다(행 6장).

 

셋째, 선교의 현장을 국외만이 아닌 국내로도 돌리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서 대면 접촉하는 것만을 선교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사는 커뮤니티와 우리 교회가 있는 커뮤니티가 선교지라는 점을 인식하여, 지역 내 커뮤니티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의 비대면, 탈대면 선교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 교회의 사정과 커뮤니티의 상황에 맞는 온라인 성경 클래스를 오픈하거나, 지역 사회에서의 구호나 구제 사역을 위해 교회가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오랫동안 선교 사역을 감당해 왔던 선교사들과 각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그 나라 출신의 이민자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할 수도 있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가 지닌 모든 사고의 지평을 흔들고 있다. 선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가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며, 공동체를 만들고, 교회를 개척해 복음 전하는 등의 전통적 선교 방식도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했던 대면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선교의 방법론을 제고해야 할 때다. 다만 변치 않는 한 가지 진실, 선교는 어떤 모습, 어떤 방법으로든 지속되어야 한다. 복음의 능력 때문에, 주님께서 주신 대사명은 비대면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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